오늘도 좋은 일이 오려나봐요

by 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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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느린아이를 키우며, <오늘도 좋은 일이 오려나봐요>, <그림으로 말하는 아이>를 출간, 아이도 3번의 그림 전시를 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는 단아 어머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어머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현선이라고 합니다. 일본 나고야라는 곳에서 중학교 2학년이 된 예쁜 딸 단아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단아는 3번의 그림 전시회를 했고, 저는 2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Q. 단아가 느린 아이라는 사실을 언제 처음 인지하게 되었나요.

눈 맞춤이 어렵고, 호명 반응이 없는 9개월 무렵부터 인지했고, 둘째를 낳으러 한국에 갔을 때 검사를 받았습니다. 단아가 21개월 무렵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 덕분에 아이의 장애를 빨리 인식하고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혹시 고민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이 글을 읽고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Q.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2020년 5월, 단아가 4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코로나 시기였죠. 단아가 성인이 되어서도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캔버스와 물감을 사줬고, 그림을 잘 그려서 시작한 것이 아니어서 그냥 그 시간 자체를 즐겼습니다.

 

Q. 그림 강습은 받으셨는지, 현재도 그림 강습을 받고 있나요.

처음에는 강습을 받고 싶었지만, 가능한 선생님이나 교실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엄마인 저와 함께 했고, 저도 아이도 강습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저는​ 그림을 많이 보고, 아이와 할 수 있는 활동을 연구하는 편입니다.

 


Q. 그림 그리기 외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단아는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요리에 흥미가 높습니다. 말은 하지 못하지만 노래는 부를 수 있고, 수많은 곡들이 단아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Q. 여러 전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또는 내년에 확정 또는 예정된 전시 일정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2021년 나고야에서 개인전을 한 이후, 2022년 한국에서 초청전을 했었고, 2023년에는 일본 음악치료 학회 초청으로 기후 국제회의장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전시회를 할 때마다 그림들이 거의 완판 되어서 기뻤습니다.

2024년에는 저희 가족이 일본에 회사를 오픈하면서 그 공간에 갤러리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아티스트분들의 전시를 하면서 중간중간 단아의 그림도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전시는 아니지만, 갤러리에 오시면 단아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Q. <오늘도 좋은일이 오려나봐>, <그림으로 말하는 아이> 2권의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와 책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단아를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나 경험들을 인스타에 일기 형식으로 게재하고 있었습니다. 자상한 시간이라는 출판사의 제의를 받고 단아가 전시회를 하기까지의 구체적인 기록들, 양육하는 10년간의 일기, 단아의 그림과 엄마의 시, 미래 일기 등이 수록 되어있습니다.

<그림으로 말 하는 아이>는 기후 전시회에 맞춰 도감 형식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이 책 역시 자상한 시간 출판사를 통해 출간 되었습니다. 단아의 그림에 엄마의 짧은 글들이 함께 수록이 되어있고, 전부 일본어로도 번역이 되어있습니다. 게다가 단아의 소개는 네이버에서 활동하시는 노아 작가님이 웹툰으로 그려 주셨습니다. 여러모로 알차고 소장 가치가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Q. 향후 집필 및 출간 계획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먼저, 지금 출판되어 있는 책들이 더욱 많은 분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은 인스타를 통해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글이 너무 좋아요,” “용기를 얻었어요.” 등의 댓글을 발견할 때 힘이 불끈 솟습니다.


Q. 단아는 일본에서 거주 중입니다. 타국에서 느린 아이로 산다는 것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궁금합니다.

단아가 5살 때 한국에 데리고 갔다 왔었는데, 그 날 이후 단아와 다시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노라고 결심했습니다. 해외여행은 둘째 치고, 한국의 가족들을 자주 못 보고 산다는 것이 몹시 힘듭니다. 반면에 단아는 해외에서도 딴 생각 안하고 잘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Q. 일본의 장애아동 제도와 그에 대한 복지가 궁금합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들은 좋고, 어떤 점들은 조금 아쉬운지도 궁금합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안정됩니다. 장애검사, 인지치료, 언어치료 등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고, 지원금 또한 아이를 부담 업이 키울 수 있게 해줍니다. 반면, 서비스의 질과 양적인 부분에서는 한국이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일본에서는 장애 아동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과 분위기, 장애 인권에 대해 어떻게 자리 잡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운이 좋은 케이스일지 모르겠지만, 유치원 때부터 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은 원장선생님을 만나서 좋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발표회 등에서도 소외 당하지 않았고, 선생님이 타 아이들에게도 장애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시켜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도 가끔 장애 인식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는 합니다. 그건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라고 여겼습니다.

Q. 단아는 현재 중학교에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일반 공교육을 받고 있나요?

초등학교 때는 일반학교의 특수 학급이었고, 중학교는 특수학교로 갔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또한 특수학급이 있지만, 단아에게는 특수학교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Q. 단아가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사춘기에 접어 들었죠.

사춘기가 되어도 느린 발달로 여전히 아이처럼 대하기가 쉽습니다. 단아 또한 여전히 밖에서 조차 업힐 때가 있습니다. 앞으로 조금씩 수정해 가야 하는 과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화장실 등의 문제로 담임 또는 담당 선생님들은 꼭 여자 선생님들로 배정 될 수 있도록 상의하고 있습니다.

Q.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셨나요?

언제라고 규정 지을 수는 없고, 항상 예쁘고 항상 힘듭니다. 동생은 애교가 없는데, 단아는 그렇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Q.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그 순간을 극복한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문 밖에 나가는 순간 고개를 숙이며 스미마셍을 외치면서 살았습니다. 항상 죄인 된 마음으로 살았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당당해지려고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단아가 실수를 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에도 불행하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Q. 단아가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시나요?

도움도 줄줄 알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단아는 지금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힘을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캔버스와 물감 정도는 사고 있으니까요.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도 많지만, 저는 엄마로써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도록 모든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싶습니다. 환영 받는 단아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Q.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써 갖는 목표나 꿈이 있으신가요?

요즘에는 하루 7시간 이상 질 좋은 수면을 하고 , 만족하는 한끼 식사를 하는 것이 그날 그날의 목표입니다. 평생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만 사는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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